원래 발표자료 만드려고 컴퓨터 켰는데,
최근에 많은 일이 지나가서 잠시 회고할 겸 블로그 글부터 써보려고 한다.

정신 없는 몇 주가 지나갔다.
바로 공채 시즌이었기 때문이다.
우수수 쏟아지는 채용공고들 덕에 3월 초중반은 자소서만 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,
또 그에 따라 3월 막바지에는 코딩테스트 / CS 테스트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.
물리적으로 바쁘다기보다 하루종일 같은 내용의 이력서를 각 회사의 포맷에 맞춰서 수정하고,
회사에 맞게끔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갈아엎고 ...
이런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다.
하지만 이것도 하다보니까 늘더라.
작년 취업 시장에 처음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가장 어려운 게 자소서를 쓰는 거였는데,
계속해서 써버릇하니 이젠 어느 정도 손에 익은 것 같다.
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.
앞으로 얼마나 익숙해져야 취업을 할 수 있을까?
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같이 수십 번을 적고, 포장하는 작업을 수백 번을 거쳐야만 공채를 뚫을 수 있는걸까?
만약 나의 포장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, 진짜 내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못 뽑힌거라면?
어디가 부족한거고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.
대부분은 아직 전형 진행중이지만 개중에는 일찍 결과를 보내준 기업들도 있었다.
나를 더욱 슬프게 한 사실은 이제 탈락 소식에도 별로 감흥이 없는 내 자신이었다.
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상처를 덜 받고 성숙해지는 단계에 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, 스스로는 체념에 가까운 감상이 들어서 서글퍼졌다.
상처를 받지도 않고, 더 이상 노력할 에너지마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걸까.
최근 중학교 친구들과의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.
사람은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정신 연령으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우리도 딱 그랬다.
얼굴도 거의 변하지 않았고, 서로 만났을 때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그대로였다.
다만 각자가 살아나가는 일상은 꽤나 달라졌다.
어떤 친구는 회사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몫을 해나가고 있었고, 어떤 친구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.
그 즈음 자연스레 나의 익숙한 관계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.
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.
이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서로 간의 관계도 달라지게 되는걸까?
분명 이성적으로는 지나친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,
마음 한 켠에서 그런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는 몇 주를 보냈다.
채용 시즌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으면서,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생기면 해소하는 나만의 루틴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.
지금까지 나온 최적의 루틴은,
일단 숙면을 취한다.
그리고 맑아진 정신으로 글을 쓰고,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다.
할 일이 명확해져서 그걸 미친듯이 하고 나면 괴로웠던 잡념을 잠시 잊게 되는 게 좋다.
글을 쓰는 것도 재미가 좀 붙은 것 같다.
최근에는 초안만 쓰고 문장 완성을 거의 GPT로 하는 수준이어서 ... 자기소개서 외에는 장문의 글을 쓸 일이 거의 없었는데,
내 생각이 담긴 문장을 단어 하나하나 골라서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, 또 재밌는 일인 것 같다.
'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250408 또 한 번의 고배, 그래도 굴러가는 취준 일상 (0) | 2025.04.08 |
---|---|
250303 새로운 시작 (4) | 2025.03.03 |
250205 취준 블루 (2) | 2025.02.05 |
250104 새해가 밝았습니다 (3일 지남) (1) | 2025.01.04 |
241118 인턴의 끝 (4) | 2024.12.04 |